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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왜 우리는 망각하는가? 기억상실증

by 선한부자 캡틴박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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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출과 간섭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 할 때 과거에 학습했던 다른 내용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기억연구의 선구자, Hermann Ebbinghaus가 기억나는가? Ebbinghaus는 13대 무의미철자로 구성된 다양한 목록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하는지를 측정했다. 목록을 외운 뒤 1시간이 지나면, 평균적으로 각 목록의 무의미철자들의 반 이상을 망각했다. 얼마나 절망적인가! 이렇게 빨리 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교육은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24시간이 지나도 무의미철자의 90% 가까이 기억한다.

 

대학생들이 Ebbinghaus보다 무의미철자 목록을 더 잘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대학생들은 사실 아주 똑똑한 친구들일 거라고 말하고 싶을거다. 음, 그럴수도 있지만, Ebbinghaus도 그렇다. 아니면, 이 대학생들이 "무의미철자를 암기하는 연습을 상당히 많이 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할 수도 있다. 설명은 오히려 그 반대다. Ebbinghaus는 사실 너무도 많은 무의미철자들을 암기했었다. 무의미철자 목록이 무려 수천 개에 달했다. 당신이 비슷한 목록들을 아주 많이 암기한다면 당신 기억은 잡동사니로 가득한 어수선한 방과 같을 것이다. Ebbinghaus는 오래된 목록들의 간섭 때문에 새로운 목록을 빠르게 망각했던 것이다.

 

서로 관련된 내용을 여러 더미 학습한다면, 그 내용들은 서로 간섭한다. 오래된 내용은 순행간섭을 통해 새로운 내용의 망각을 증가시킨다. 새로운 내용은 역행간섭을 통해 오래된 내용의 망각을 증가시킨다. 간섭은 망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당신이 오늘 주차한 곳을 망각하는 이유는 이전에 주차했던 기억들의 순행간섭 때문이다. 지난주 공부한 영어 단어들을 잊어버린 까닭은 이번 주 공부한 영어 단어 목록의 역행간섭 때문이다.

 

"회복된 기억" VS "오기억" 논쟁

망각된 기억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어떤 사람이 심리치료사에게 애매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니, 그 심리치료사가 "당신과 같은 증상은 아동기에 성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인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심리치료사가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이런 공격적인 기법을 사용하지 않지만, 일부는 사용한다. 오랫동안 망각된 기억이 임상 기법으로 촉발되어 보고되는 것을 회복된 기억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오랜 기간 망각된 기억을 회복했다고 주장할 때, 심리치료사들이 진실을 찾아낸 걸까, 왜곡한 걸까, 아니면 상상으로 그려진 사건을 믿도록 확신만을 준 걸까? 이 논제는 심리학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의 하나가 되었다.

 

외상적 사건 기억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억압이라는 용어를 심리학에 도입한 장본인이다. 그에 따르면, 억압이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기억이나 충동을 의식으로부터 무의식으로 밀어 넣는 과정이다. 현재 많은 임상심리사들은 해리라는 용어를 더 선호하는데, 해리란 저장되었지만 인출할 수 없는 기억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감정을 매우 자극하는 사건을 망각할 수 있을까? 외상적 사건을 기억하는지 여부는 사건 발생 시 연령과 심각도, 그리고 가족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진다. 몇몇 연구자들에서는 아동기 성적 학대 희생자였던 젊은 성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들에게는 성적 학대 관련 병원 기록과 형사소송 기록도 있었다. 각 연구에서 보면, 학대당할 때 연령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더 잘 기억했다. 학대의 심각도가 높거나 학대가 반복되는 경우,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지지와 격려를 더 많이 받을수록 외상적 사건에 대한 기억은 더 좋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어린 시기의 외상적 기억은 다른 일반 기억과 유사하다.

 

기억상실증

컴퓨터 구매자에게 주어진 충고를 무시하고 강력한 자기장 안으로 당신의 컴퓨터를 통과시켰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서파일만 지워지고, 그림파일은 온전했다고 하자. 아니면, 오래전에 저장한 파일들은 온전하지만 새 파일들은 더 이상 저장할 수 없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가상적인 손상을 통해, 컴퓨터의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동일한 논리가 인간 기억에도 적용된다. 다양한 종류의 뇌 손상은 어떤 종류의 기억은 손상시키지만, 다른 기억은 온전하기에 이를 통해 우리는 기억이 조직된 방식에 대해 추론해 볼 수 있다.

 

해마의 손상에 따른 기억상실증

 

기억상실증이란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기억상실증의 경우라도 이전에 학습했던 모든 것을 망각하진 않는다. 어떻게 걷는지, 말하는지, 먹는지를 잊진 않는다. 많은 사례들에서 보면, 기억상실증인 사람은 사실적인 지식의 대부분은 기억한다. 이들이 자주 망각하는 것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들이다. 기억상실증은 해마 손상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뇌 손상에서 비롯된다.

 

1953년, Henry Molaison은 기억연구에서 유명한 인물로, 당시 그는 매일 여러 차례 뇌전증에 따른 소발작을,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 차례 대발작을 보였다. 그에게는 뇌전증 억제제가 효력이 없었다. 절망 끝에 그의 주치의는 대뇌 관자엽(측두엽) 안쪽에 위차한 앞뇌(전뇌)의 큰 구조물인 해마 대부분을 제거했다. 이 시술은 해마를 파괴시키면 뇌전증 발작의 빈도가 감소한다는 몇몇 수술 사례에 근거한 것이다. 이 당시 연구자들에게는 해마를 손상시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 이후로 동물연구는 해마가 기억의 부호화와 인출에 중요하다는 점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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